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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옛 이야기

-팔리 주석서에서 모음-

STORIES OF OLD
Gathered from the Pali Commentaries


최  윤  정·옮김

 

 (The Wheel Publication No.59)
 Buddhist Publication Society
  Kandy Sri Lanka

 

 

 

밀라카 티싸가 아라한이 된 이야기
 

  약 2000년 전 로하나국 수도 마하가마 근처에 사냥꾼 집안 출신의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가멘다왈라 대사원 가까이에 있었다. 장성하자 그는 아내를 얻어 가정을 이루기로 작정했다. 숲속에 덫을 놓아 짐승을 잡고 고기를 내다 팔고 이익을 남기는 등 악착스레 일을 했다. 몇 년간 그는 정말 열심이었고, 덕분에 돈은 조금 벌었지만 장차 고(苦)를 겪게 될 업은 꽤나 많이 짓고 말았다.

 어느 날 그는 숲에 들어갔다가 시장기가 돌자 여느 때처럼 덫에 걸린 사슴 한 마리를 죽여 고기를 구어 먹었다. 그러자 심한 갈증이 나서 물을 찾았으나 물이 없었다. 물을 찾았으나 물이 없었다. 물을 찾다 보니 가멘다왈라 대사원까지 먼 길을 걸어 가게 되었다.

 절에 도착하자 곧 바로 마실 물을 비치해 두는 곳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열 개의 차관(주전자)이 있었지만, 모두 물 한 방울 없이 텅텅비어 있었다. 잔뜩 목이 타던 판인지라 그는 조금 기분이 상해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잘들 하는군!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살면서도 객에게는 물 한 방울도 안 주겠다는 거야?"

 판다파티카 티싸 장로가 이 고함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나가 보니 차관 속에는 하나같이 물이 가득 차있지 않은가.
 `이 사람이 산 채로 아귀가 되어가고 있군'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처사님, 갈증이 나시나본데 여기 물이 있으니 마시구료" 하며 그 중에 한 차관을 들어 젊은이의 손바닥에다 물을 따라 주었다. 주1

 젊은이가 물을 마시는 광경은 마치 벌겋게 달군 남비에 물을 붓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든 차관이 바닥이 날 때까지 계속 마셔댔지만 갈증은 조금도 가셔지지 않았다.

 젊은이를 전부터 알고 있던 장로가 말했다.
 "보시오 젊은 처사, 당신은 벌써 반쯤 아귀가 되어 있오. 이게 전부 당신이 저지르고 있는 악업(惡業)탓이요.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요?"

 젊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 스님의 그 말이 가시가 되어 마음속에 깊이 파고 들었다. 홀연히 그는 자신이 해야할 바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돌아다니며 자기가 놓았던 덫을 하나하나 다 부수어 버렸다.

 그런 다음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자기는 식구들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다 해주었다. 또 그 동안 잡아서 우리에 가둬놓았던 사슴과 새들을 다 풀어주고 사냥에 쓰던 창을 꺾어 버린 다음 집을 떠났다.

 젊은이는 곧장 대사원을 찾아가 자신을 사미로 받아달라고 간청했다. 앞서의 그 장로스님이 말했다.
 "벗이여, 출가 생활은 무척 힘들다오. 그대가 과연 해낼 수 있겠소?"

 그는 장로스님께
 "이번 일은 장로스님께서도 보셨듯이, 달리 어쩔 수도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라고 확고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장로는 그를 받아들이고 밀라카 티싸란 법명을 지어주었다. 장로스님은 이 신참 사미의 근기에 맞춰 신체의 각 부분을 수관(隨觀)하는 보편적 명상법을 일러주었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익히고 명상도 하고 또 절 생활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과 함께 경을 읽던 중 젊은이는 데바두타경(天使經:중부의 130번째 경)의 아래와 같은 글귀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옥의 옥졸들이 그를 대지옥으로 도로 던져넣었다.」
 젊은이가 물었다.
 "스님, 정말 저승 옥졸들은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간신히 피해 나온 사람을 붙잡아서 도로 대지옥으로 던져 넣습니까?"
 "그렇다. 그 모두가 오직 악업 탓이지."
 "지옥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까. 스님?"
 "없다. 그렇지만 그 비슷한 것을 그대에게 보여주겠다."

 장로는 사미들을 불러서 편편한 바위 위에 젖은 나무더미를 쌓도록 했다. 그런 다음 신통력으로 지옥에서 개똥벌레 크기 만한 불덩이를 끌어내서 젖은 나무더미쪽으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날름거리는 지옥불이 닿는 순간 불꽃이 일어나면서 그 젖은 나무더미는 일순간에 재로 변했다. 젊은이가 스님을 우러러 보면서 여쭈었다.
 "스님, 불교에 들어가는 데는 몇 가지 문이 있습니까?"
 "두 가지가 있다. 실참(實參)의 문과 경전 연구의 문이 그것이다."
 "스님, 경전연구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미 고(苦)를 보고 있고, 따라서 신심이 마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로 하여금 실참의 문을 닦게 해 주십시오. 스님, 부디 저에게 맞는 명상 주제 [念處]를 정해 주십시오."

 장로는 그에게 해야 할 바 일을 모두 설명해 준 다음 사물의 진정한 본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선정을 닦는 방법을 설해 주면서 특정 명상 주제를 일러 주었다.

 그 이후 그는 주로 칫타라파바타 사원, 가멘다왈라 사원, 카자라가마의 사원 등에 머물면서 계행을 잘 지키는 가운데 엄격하게 정진을 해 나갔다.
 공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혹시 졸음이 오면 젖은 짚 엮음을 머리에 두르고 발은 찬물에 담근 채 앉아 있었다.

  한번은 칫타라파바타에서 초야(저녁 6시-10시)와 중야(밤 10시-새벽 2시)를 계속 정진한 다음, 새벽녘에 엄습해 오는 잡을 쫓기 위해 젖은 짚 엮음을 이마에 얹고 있을 때였다. 그때 동암산 비탈에서 사미승이 이루나와타야 경 주2 의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분발해서 부처님의 말씀을 깨닫도록 힘쓰라. 코끼리가 짓밟아 부수듯 마왕의 군대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라, 방심하지 않고 이교법과 계18율을 부지런히 행하는 사람은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 고(苦)를 끝내게 되리라.

  그에게는 게송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게송을 듣고 나자 홍수처럼 행복감이 차 올랐다. 그러자 마음속에 투명하리만큼 밝은 관(觀)에 생겨나 모든 존재의 참된 연기성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불환과(不還果:anaagaamin) 주3 에 도달한 것이다. 다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아라한위 주4 를 곧바로 성취하고는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감흥에 찬 게송을 읊었다.

     젖은 짚 머리에 얹어가며
     밤새 경행한 끝에,
     나는 알았네
     한 걸음 남은 그 경계를,
     그러나 이제는
     모든 굴레 사라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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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타라파바타의 티싸 노스님 이야기

 수 백년 전 옛날에 타싸 대림원 주5 에 타싸라는 사미승이 은사스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는 언제가부턴가 왠지 모르게 중 노릇이 불만스러워져서 속가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번민하고 있었다.
  한 동안은 이 망상을 지워보려고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어서, 승복을 빨고, 물들이고, 발우에 기름을 올리고, 헌옷을 고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래서 마침내 스승 앞으로 나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게 되었다.

  한데, 연만하고 덕 높으신 스승은 이미 제자의 마음을 환히 읽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장차 크게 정신적 성장을 거둘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불만도 분위기만 개선시켜 주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훈계를 해서는 소용이 없고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으므로 그가 스스로 깨치고 소질을 발견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장스님은 단지 이렇게만 말했다.
  "티싸야, 우리도 점점 나이를 먹어 가는 구나. 그런데 여기 티싸 대원림은 비구들이 공동으로 거처하는 곳이어서 우리가 늙어서 편안히 죽을 수 있는 곳이 못 되는구나. 그러니 네가 칫타라파바타에 가서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처를 율의 규정에 맞춰 한 곳 마련해 보지 않겠느냐?"

사미승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좋아라 하고 곧 떠나려고 서둘렀다. 스승이 일렀다.
 "그런데 티싸야, 거기 가서 집짓는 일을 하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평소에 배운대로 명상 수행을 규칙적으로 하여 거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라."
 사미승은 스승님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스승을 떠나서 70리 길이나 떨어진 칫타라파바타를 향해 숲속 길을 걸어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그는 먼저 숲속에 있는 절에 가서 기도부터 드렸다. 그리고는 스승의 거처를 짓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붕감으로 알맞게 튀어나온 바위 하나를 찾아냈다.

 그는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의 동의를 받은 후, 다른 동물들의 둥우리나 심지어 개미집이 파괴되는 일이 없는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주의를 말끔히 정돈하고 바위 아래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바위를 지붕으로 삼고 그 밑으로 벽을 쌓은 다음, 문과 창을 달았다. 그리고 나서 방에다 마루를 깔고, 문 앞에는 디딤돌을 놓았다. 또 바깥에는 경행대 주6 를 길게 닦아서 왔다 갔다 걸으며 경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구로는 침대 하나와 의자를 만들었다. 이 모든 일을 하는데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일하는 동안에 줄곧 상응부 경전을 익히고 또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한 시간을 명상주제[念處]를 참구하는데 바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토굴을 완성한 같은 날에 상응부 경의 공부도 마치게 되었고 또 상당한 정도의 정(定)을 이루는 데도 성공했다.

 세 가지 일이 모두 동시에 결실을 맺게 되자 흡족한 마음이 되어 그 다음 날 티싸 대원림으로 돌아갔다.
 스승을 뵙자 티싸는 의기양양해서 말씀드렸다.
 "스님, 토굴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가서 사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습니다."
 노장스님은 눈을 감은 채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조용히 말씀하셨다.
 "티싸, 일이 너에게는 매우 힘들었지? 그런데도 열심히 잘 해냈다. 허나 너는 지금 이 길로 되돌아가서 오늘밤을 그 토굴에서 혼자 나도록 해라."

 사미승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두 말 않고 스승이 시키는 대로 선걸음으로 칫타라파바타를 향해 먼길을 되돌아갔다. 도착했을 때는 피곤했다. 그러나 발을 씻고 토굴 속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들고 앉았다. 해는 이미 지고 밤의 정적이 주위를 에워쌌다. 그 해맑은 고요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해 낸 일을 차근차근히 되돌아보았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나는 참으로 이 일을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스승님을 향한 사랑만으로 해냈구나.'
 이런 생각이 그의 마음속에 오래 지속되더니 갑자기 희열이 솟구쳐 마침 대양의 파도가 와서 부서지듯 그의 온 몸을 휩쌌다.

 이 상서로운 순간, 모든 조건이 그를 받쳐주었으며, 그 힘에 의해서 희열을 넘어서 관(觀)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경험이 어떠한 조건들에 기인하여 이처럼 전개되는 지를 환히 볼 수 있었고, 이 통찰력을 뻗치어 삼계 주7 를 두루 빠짐없이 관할 수 있었다.

 그는 일체의 존재에서 무상과 고와 무아의 법칙에 따르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았다. 즉, 모든 생하는 것은 반드시 멸한다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을 세워 관을 힘차게 밀어 부친 끝에 마침내 모든 갈애를 소멸하였다. 일체의 번뇌가 사라지면서 그는 아라한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스승은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사미 티싸는 장로 티싸가 되어 바로 그 토굴에서 생을 마치고 무여의 열반(無餘衣涅槃) 주8 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그를 칫타라파바타의 티싸 노스님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탑묘를 세우고 그의 사리를 안치한 다음 이를 티싸의 탑묘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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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딘나 스님의 교화

1. 마하나가 장로를 일깨우다

 타랑가라에 주석하고 있던 담마딘나 장로는 큰 비구대중을 가르치던 스승으로서 네 가지 분석지 주9 를 구족한 분으로 번뇌를 소멸시킨 <누진통(漏盡通)을 이룬 아라한이란 뜻>위대한 스승 중의 한 분이셨다.

 하루는 낮 정진처에서 좌선을 하고 있던 중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웃차왈리카에 계시는 우리 스승 마하-나가 장로는 출가자의 본분사를 다해 마치셨을까, 아니면 아직도 못 마쳤을까?'

 그리고는 천안으로 보니 스승은 아직도 범인에 머물러 있으며, 자신이 가서 도와주지 않으면 범부로서 생을 마치고 말 형편이었다. 그는 신통력을 써서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낮 정진처에 앉아 좌선하고 있는 스승의 근처에 조용히 내려섰다. 그는 스승께 예를 갖추어 절한 다음, 한쪽에 자리잡고 앉았다.

 "담마딘나여, 어찌 이렇게 불쑥 나타났소?"
 "스승께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물으시오. 벗이여,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답해 주겠소."

 그는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했다. 마하나가 장로는 묻는 족족 거침없이 대답을 했다.
 "스님, 스님의 지혜가 참으로 예리하시군요. 언제 이런 경지에 도달했습니까?"
 "60년 전이라오."
 "신통력을 쓰실 수 있습니까? 스님?"
 "그야 어렵지 않소."

 "그럼, 코끼리를 만들어 보십시오. 스님."
 마하-나가 장로는 전신이 새하얀 코끼리를 만들었다.
 "그럼, 그 코끼리가 두 귀를 쭈빗하게 세우고 꼬리를 뻗치고 코를 입에 넣어 무서운 나팔소리를 내면서 곧바로 스님에게 쫓아오도록 하십시오."
 장로는 그렇게 했다. 돌진해 오는 코끼리의 무서운 형상을 보자 그는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이미 번뇌를 소멸시킨 제자가 손을 뻗어 가사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스님, 번뇌가 다한 사람에게도 겁이 남아 있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자신이 아작도 범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담마딘나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벗 담마딘나여, 나를 도와주오."
 "스님, 도와드리지요. 그러기 위해서 온 걸요. 염려마십시오."
 그리고는 그에게 명상 주제를 설해 주었다. 스승은 그 명상 주제를 받고서는 경행대에 올라서자 세 발짝만에 아라한과에 도달했다.

 2. 마하티싸 장로를 일깨우다.

마하티싸라는 장로가 있었는데 그는 일찍이 사미때부터 여덟 가지 선정 주10 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선정의 힘 때문에 내면 깊숙히 숨어 있는 번뇌의 때가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고, 또 지식도 훌륭했기 때문에 누구의 눈에도 그는 성스런 팔정도에서 조금도 벗어나는 일이 없는 아라한으로 보였다.
 그 자신도 지난 60년 간 자기가 아직도 범부이며 아라한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타랑가라에 주석하고 있는 담마딘나 장로에게 마하가마에 있는 티싸대정사(大精寺)의 비구대중들로부터 방문해 달라는 전갈이 왔다. 그곳에 가니 대중들은 계를 설해 달라고 청했다. 그는 말했다.
 "달리 마땅한 분이 안계시다면 나의 참선 지도 스승인 마하티싸 장로
를 증명법사로 모시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면 내가 계사를 맡지요."
 여러 비구들에 둘러싸여 그는 장로의 거처로 갔다. 장로에게 절을 올리고 한 옆에 앉았다.
 장로가 말했다.
 "어서 오시오. 담마딘나, 그대가 여기 다녀 간 지 꽤 오래 되었소."
 "네 스님. 티싸-대정사에서 비구 대중이 저에게 계를 설해 달라는 부탁을 해 왔습니다. 스님이 증명법사를 맡아 주신다면 저도 가볼까 합니다.

 한참동안 우정어린 얘기를 나눈 뒤 담마딘나가 물었다.
 "언제 이런 경계에 도달했습니까, 스님?"
 "무려 60년이나 되오, 담마딘나."
 "그럼 그 경계를 지금 보여줄 수 있습니까?"
 "그야 문제없소, 벗이여."
 "그럼 연못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까, 스님?"
 "벗이여, 그건 어렵지 않소."

 그 즉시로 그들의 맞은 편에 연못을 하나 만들어 내었다.
 "거기에다 연꽃의 줄기를 하나 만들어 보십시오, 스님."
 장로가 그렇게 했다.
 "이제는 커다란 연꽃을 피게 하십시오."
 연꽃이 만들어졌다.
 "그 꽃 속에 16살 난 처녀의 형상을 보여 주십시오."
 장로는 말하는 대로 해 내었다.
 그러자 담마딘나가 말했다.
 "스님, 그 소녀를 두고 아름답다고 거듭해서 생각해 보십시오."

 장로가 담마딘나의 말대로 생각하고 있자니 욕정이 일어났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아직도 범부임을 알아차리자 자기의 제자 옆에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선남자여, 부디 나를 도와주오!"
 그는 장로에게 부정(不淨)을 수관(隨觀)하게 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한 다음, 명상 주제를 설해주고 그리고는 장로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방 밖으로 나왔다. 장로는 부정관(不淨觀)을 해서 자신의 신통력으로 일으킨 형성력 [行] 주11 과 욕정이라는 마음의 뜬 기운[心行]을 다 해체시킨 후 자신의 낮 정진처를 나왔을 때는 이미 아라한과의 네 가지 분석지를 성취하고 있었다.
 그런 후 담마딘나는 그를 증명법사로 모시어 티싸마하비라로 가서 계율을 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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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시바 장로

 마하가마에 있는 티싸 대정사(大精舍)에 마하시바라는 장로가 있었는데, 많은 제자들에게 삼장(三藏) 주12 을 가르치고 그 뜻도 새겨주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그의 지도를 받아서 대단히 많은 비구들이 성위(聖位) 주13 에 도달했다.

 이들 중 한 비구는 진리를 완전히 통찰한 데서 일어나는 큰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우리 스승님도 이런 즐거움을 누리고 계실까?'
 이 문제에 마음을 모아 관해 보니 마하시바 장로는 아직 범부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옳지. 이렇게 하면 노장에게 절박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겠군!'
 그는 자신의 거처에서 나와 장로를 찾아갔다.

 예를 차려 인사를 올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장로가 물었다.
 "웬일이요? 탁발승이여."
 "스님, 짬을 내주시면 법을 조금 배울까 해서 왔습니다."
 "벗이여, 배우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따로이 시간을 낼 수가 없소."
 하루 낮과 밤을 꼬박 기다려도 틈이 나지 않자 그는 장로에게 말했다.
 "이처럼 시간이 안나서야 돌아가실 때는 어떻게 시간을 내시겠습니까?"
 그러자 장로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배우러 온 것이 아니구나. 나에게 절박감을 일깨워 주려고 왔구나.'
 그 비구가 말했다.
 "스님, 장로비구시라면 적어도 저의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는 스승에게 예를 드린 후 싸파이어처럼 짙푸른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사라져갔다.
 그가 떠나간 후로 장로는 절박감에 가득 차게 되었다. 낮 설법과 저녁 설법을 마친 후 발우와 가사를 챙겨놓고 새벽 설법을 하였다. 그런 다음 발우와 가사를 가지고, 길을 떠나는 다른 비구와 같이 절을 나왔다. 그는 탁발승의 열 세 가지 숲속 고행 주14 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삐죽 튀어나온 바위아래를 거처로 정했다. 토굴을 마련하면서 그는 침대와 의자를 포기했다. 마음속으로 굳은 서원으로 세웠다.
 `성위(聖位)에 오르기 전에는 내 맹세코 침상에 침구를 펴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경행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성과(聖果)를 얻어야지! 오늘은 내가 성과를 얻어야지!' 하면서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동안 어느 새 자자일(自恣日) 주15 이 다가왔다.
 자자일이 가까워 지자,
 `범부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어야지, 청정해서 자자일을 축복해야지.'하면서 어떻게나 애를 썼던지 아주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도(道)도 과(果) 주16 도 다 이루지 못한 채 자자일을 넘기고 말자 그는 생각했다.
 `나처럼 관법을 남에게 가르치던 사람도 얻을 수 없다니 아아, 아라한과를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구나.'
 주로 서 있거나 경행하기를 위주로 정진하기 무려 30년이 되도록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 자자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동안 그는 둥근 보름달을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어느 쪽이 더 청정한가? 저 둥근달인가, 아니면 나의 계행(戒行  )인가?'
 그는 생각했다.
 `달표면에는 토끼의 상이 있다. 그러나 비구계를 받은 이후 오늘 이 순간까지 나에게는 어떤 오점도 때도 없었다.'
 그러자 희열과 기쁨이 충만해졌다. 그의 지혜가 이미 성숙해 있었기 때문에 그는 희열을 누르고 아라한의 자리에 도달하면서 동시에 네 가지 분석지(分析智)마저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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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싸부티 장로이야기

 티싸부티라는 자로가 만달라라마 절에 머물기 위해 왔다. 탁발하러 마을에 들어갔다가 한 여성을 보자 불현듯 욕정이 일어났다. 그러자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선 채로 탁발한 쌀죽을 시자의 발우에다 부어 주었다.
 그는 관(觀)을 해서 그 부정한 생각을 억누른 다음 절로 왔다. 그런데 꿈에 다시 그 생각이 일어났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이 생각이 더 자라나게 되면 나를 사악도 주17 로 끌어가고 말 것이다.

 그는 자기 스승에게로 갔다. 절을 올린 다음 한 옆으로 비켜서서 말씀드렸다.
 "저는 병에 걸렸습니다. 그 병을 고치게 되면 돌아 올 것입니다. 낮 예불시간과 저녁 예불시간에는 참례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 예불에는 참례를 할 것입니다."

그는 마하 상가라키타 장로에게 갔다. 마침 장로께선 자기 초옥을 고치는 중이었다. 장로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벗이여, 발우와 가사를 내려 놓으시게나."
 "스님, 저는 병에 걸렸습니다. 만일 저의 병을 고쳐 주실 수 있으시다면 내려놓겠습니다."
 "벗이여, 그대의 병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찾아왔네. 내려 놓게나."
 그는 생각했다.
 `우리의 스승이신 이 큰 스님 말씀이 쾌쾌하구나. 모든 사정을 알고 있지 않다면 이처럼 말씀하시진 않으리라.'

 그래서 발우와 가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장로에게 예를 올린 후 한 옆에 앉았다. 장로스님은 그가 호색적 기질의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명상 주제로 신체의 부정(不淨)함 즉, 사람의 몸이 서른 두 가지 깨끗하지 못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수관(隨觀)하도록 상세히 일러주었다.
 그러자 티싸부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우와 가사를 걸망에 걸머진 다음 장로에게 재배(再拜)를 드렸다.
 "왜 그런 인사를 하지? 티싸부티여"
 "스님, 제가 할 일을 잘 해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것이 스님을 뵙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가거라. 벗 티싸부티여, 그대처럼 목숨을 걸고 수행하는 사람은 선(禪)도, 관(觀)도, 도(道)도 과(果)도 얻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장로에게 정중히 대답을 하고 인사를 한 다음 그는 오면서 보아 두었던 한 관목 그늘 밑으로 갔다. 거기에 자신의 분소의(奮掃依) 주18 를 편
후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는 신체의 부정(不淨)함을 눈앞에 똑똑히 수관하기 시작했다. 관을 확립하여 불환도의 정진에 매진한 결과 그는 오관의 감각적 욕구에 대한 탐심을 끊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스승을 찾아가 경의를 표했다. 다음날 아침 예불시간에 그는 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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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야의 전생이야기

 숫타니파아타(경집)의 사비야 경에서 우리는 사비야라는 행각(行脚)고행자에 관한 얘기를 접한다. 전생에 사비야의 친척이었던 한 천신이 그에게 나타나서 행각 중에 만나는 고행자나 브라만들에게 이런 이런 질문을 해 보라고 일러준다.
 "이 질문들을 대답해 내는 사람 밑에서 보름지기 범행을 닦아야 한다."고 천신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옛 스승들의 설에 의하면, 그 천신은 전생에 사비야와 꼭 혈연 관계였다는 뜻은 아니고 도반스님이었는데 사비야의 안녕과 향상을 진정으로 걱정해주기를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하듯이 했기 때문에 경에서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전생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가섭불(迦葉佛) 주19 은 이미 열반에 드셨지만 그의 가르침이 행해지고 있던 그 시절에 고귀한 세 가문의 아들들이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그들은 숲속에 살면서 가끔 가까운 도시에 나와서 그곳의 황금탑에 참배하고 법문을 듣곤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잠깐 동안이나마 숲을 비우고 떠나는 것마저도 방해로 여겨져 "숲속의 자신들의 적정한 거처[아란야]를 떠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해서 심해탈(心解脫)을 이루고 말자"고 합심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최소한의 성취조차 거둘 수가 없었다. 마침내 서로 상의를 했다.
 "탁발하러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생에 너무 연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목숨을 보전하는데 그처럼 급급하다면 어떤 성위(聖位)에도 이르지 못하고 말 것은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범부로 죽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참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 사다리를 타고 험준한 바위 위에 올라가서 사다리를 밀쳐내 버리고 몸뚱이와 생명을 돌아봄 없이 사문된 도리를 다하기로 하자!"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셋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심성을 잘 타고났기 때문에 바로 그날로 성위에 도달하고 육신통까지 구족하게 되었다. 신통을 써서 하늘로 솟아올라 히말라야 산으로 갔다. 거기서 얻은 공양을 외로운 바위 위에 있는 도반들에게 가지고 왔다.

 그러나 이들은 말했다.
 "존자시여, 당신의 할 일은 이루어졌습니다. 당신의 공부는 성취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탈을 못한 우리로서는 당신과 얘기하는 것마저도 시간낭비가 될 뿐입니다. 제발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아 주십시오!"
 아무리 해도 벗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알자 장로는 떠나갔다.

 이삼일이 지나고 나서 둘 중 하나가 불환과 주20 에 이르렀으며 다섯 신통 주21 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장로가 했던대로 했으나 셋째에게 공양을 받아드리도록 설득하는데 실패하자 그 역시 떠나갔다. 그러나 세 번째 스님은 줄기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높은 단계에도 이를 수가 없었다. 바위에 오른 지 이레째 되던 날 그는 죽어서 욕계천상(慾界天上) 주22 에 태어났다. 같은 날 다른 두 스님도 세상을 떴다. 번뇌가 다한 성인은 반열반 주23 에 들고, 불환객은 그들의 마지막 존재를 사는 정거천(淨居天) 주24 의 최상천에 화생(化生) 주25 했다.

 세 도반 중 마지막 사람은 천신으로 태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생을 통해 욕계 육천을 두루 편력하면서 거기서 누릴 수 있는 갖가지 복을 마음껏 누렸다. 업이 다하자 그는 그 천상 세계를 떠나서,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시절에 한 여성 고행자의 태 중에 들어가 다시 지상에 태어났다.
 그는 사비야라는 이름을 받았고 나이가 되자 집을 나와 떠돌이 고행자가 되었다. 그는 뛰어난 논객(論客)으로 종교적 논쟁에서 일찍이 져 본 일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그와 논쟁하기를 두려워했다.

 때마침 사비야 수행시절 도반이었던 저 정거천의 천신의 마음에 사비야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보니 사비야는 이 지상에 부처님이 출현하신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사비야를 부처님과 만날 수 있는 길에 세워주기 위해 그는 경에 나오듯이 몇 가지 질문사항을 가르쳐 주고는
 "이 질문들에 능히 대답해 내는 사람 밑에서 수행생활을 영위하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사비야에게 부처님에 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만일 사비야가 진정한 구도자라면 다른 고행자나 사제들의 천박함을 보게 될 것이며, 결코 부처님을 확인하는데 실패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만 어떻게 현명한 질문을 잘 던질 수 있는지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경에 나오듯이 사비야는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고, 묻는 족족 해답을 얻었다. 그는 비구가 되었고 곧 성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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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연꽃

 한 때 세존께서는 사바티 근처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리불 존자는 자기에게 계를 받은 한 젊은 비구를 시자로 두었는데, 그는 금세공사(金細工師)의 아들이었다. 사리불 존자는 생각했다.
 `젊은이들의 염처로는 신체의 부정함을 수관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리고는 욕정을 억누르기 위해 부정관을 닦으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 젊은 비구의 마음은 도대체 그 명상 주제에 친숙해 질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사리불 존자에게 그런 사정을 말씀드렸다.
 "이것은 저에게 도움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장로는 생각했다.
 "젊은이들에겐 이것이 틀림없이 맞을 거야."
 그리고는 똑같은 명상주제를 거듭 지시해 주었다. 그러나 넉 달 동안 애를 쓰고도 그 비구는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리불은 그를 세존께 데리고 갔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에게 무엇이 적합한 지 알아내는 것은 그대의 능력 범위 밖이오. 사리불이여, 그는 부처에게 지도를 받아야만 되는 사람이오."

 그리고 세존께서는 신통력을 써서 눈부시게 붉은 연을 만들어 젊은 비구의 두 손에 놓아주면서 말씀하셨다.
 "자, 비구여, 사원의 응달진 모래땅에다 이 연을 심어라. 그리고 가부좌하고 앉아 그것을 바라보며 `붉다 붉다'하고 생각하라."

 그 비구는 무려 오백 생 동안 줄곧 금세공사의 가정에 태어났던 것이다. 그래서 세존께선
 `붉은 대상이 그에게 맞을 것이다.'하고 아셨던 것이다.
 그 중은 시키는 데로 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저 완전한 명상적 몰입의 최고상태인 네 가지 선[四禪]을 차례로 성취했다. 어떻게나 달통했던지 이 네 가지 선은 차례로 올라가거나 내려오면서 자유자재로 선에 들 수 있었다.

 이제 스승께서 마음으로 의지를 가했다.
 `연꽃은 시들어라.!'
 명상을 마치고 나자 비구는 그 붉은 연꽃이 시들어 퇴색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빛나던 형상이 이젠 쇠퇴하여 구겨져 버렸구나!'
 거기에서 생생한 무상의 인식을 얻게 되자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시켰다. 그리고 이런 무상수관을 계속하여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
 `무상한 것은 고(苦)다. 고(苦)인 것은 자아일 수 없다.'
 그러자 그에게는 세 존재계[三界]가 마치 불꽃 속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연못이 있었다. 소년들이 그 속에 들어가 연꽃을 따서 연못가에 무더기로 쌓고 있었다.
 그 중에 아직 물 속에 피어 있는 붉은 연꽃들은 마치 불타는 갈대밭의 널름거리는 불꽃같이 보였고, 지는 꽃잎은 지옥 속으로 낙하하는 형상으로 비췄다. 또 땅위에 쌓여 있는 꽃 중에서 위에 얹혀 먼저 시든 것들은 꼭 불길에 타다 남은 것처럼 보였다. 이런 광경에 충격을 받고 그는 생의 과정에 대해 수관했다. 그러자 더욱더 삼계가 그에게는 불길 속에 쌓인 집과 같아서 피신처나 안전한 곳이라곤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그때 세존께서 방에 앉아 몸에서 빛을 발하니 광채가 그 비구의 몸 위에까지 뻗쳐 얼굴을 덮었다. 비구는 쳐다보며 생각했다.
 `저것은 무엇인가?'
 그러자 그것이 마치 세존께서 자기 곁에 와 서서 계신 것처럼 보여졌다.

 이것을 보자 그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 예배했다.
 스승은 그의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아시고 다음과 같이 일깨워 주는 게송을 읊었다.

     마치 연못에 들어가
     연 줄기를 뽑듯
     온갖 욕망을 끊어 버린
     비구는 `차안'도 `피안'도 버린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듯이
     (Sn. 게송.2)

 

 


볼품없는 나무

 옛날 베나레스에 한 왕이 살았는데 이름은 브라흐마닷타라 했다. 그는 넉 달에 한번씩 꼭 코끼리를 타고 왕실 공원으로 가서 연회도 열면서 떠들썩하게 즐기는 버릇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 그가 공원에 갔을 때 입구에 서 있는 흑단 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잎이 무성한 것을 보고 무심히 꽃 한 송이를 꺾어 들고 공원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뒤따라오던 아첨꾼 신하는 `이 꽃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에 왕이 따셨겠지' 하며 생각하고 코끼리 등에 앉은 채로 그도 왕이 했던 것처럼 꽃을 한 송이 땄고, 그것을 보고 그 많은 측근 신하들도 한 사람 빠지지 않고 모두 똑같이 흉내를 내었다. 마침내 꽃이 한 송이도 남지 않고 모두 없어지자 사람들은 잎을 땄다. 꽃도 잎도 다 없어진 그 나무는 앙상한 줄기를 드러낸 채 거기에 서 있었다.

 저녁에 공원에서 나오던 왕이 그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 나무가 어떻게 된 일이지?'
 왕은 생각했다.
 `내가 공원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산호같은 분홍빛 꽃이 산뜻하게 초록색 잎 사이로 빛나면서 저 나무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벌거벗은 채 잎도 꽃도 볼 수가 없으니!'
 이렇게 생각하면서 보니 자신의 바로 옆에는 꽃은 하나도 없지만 잎이 무성한 나무가 있었다. 그러자 왕은 다시 생각했다.

 `저 나무는, 가지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무거울 정도로 피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재난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쪽 나무는, 시선을 끌만한 아무런 매력이 없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고 성한 채로 지금껏 남아 있다. 나의 왕위도 저 꽃이 만발한 나무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욕심을 일으키는 자리일 것이다. 그러나 출가 수행자의 삶은 이 꽃이 없는 나무처럼 마음을 끌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왕위가 저 꽃이 핀 나무처럼 짓밟히지 전에 일찌감치 출가해서 저 매력 없이 잎만 무성한 나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의 수수한 승복으로 바꿔 입고 집 없는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왕은 마침내 왕위를 버리고 승려가 되었다. 그는 관법(灌法)을 닦아 연각지(緣覺智) 주26 를 깨달았다. 이런 연유로 다음 게송이 읊어 지게 된 것이다.

     산호색 나무가 무성한 꽃과 잎을 떨구듯
     속인의 옷과 생활을 버리고
     황갈색 법의를 걸치고 출가하라
     그리고 코뿔소처럼 홀로 행각하라.
     (Sn. V.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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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속에 박힌 가시와 마음에 박힌 가시

 옛날 어떤 숲 속에 열두 스님이 살면서 관법수행에 전념하고 있었다.
 하루는 저녁 예불 종이 울리자 그 중 한 스님이 경행대를 떠나 지름길로 가기 위해 풀밭을 가로질러 갔다.
 풀 속에 숨어 있던 가시에 그만 발바닥이 찔렸다. 가시는 매우 길고 끝이 뾰족해서 마치 불에 달군 쇠막대가 발을 꿰뚫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했다.

 장로는 혼자 생각했다.
 `자 이 가시를 뽑아야 하나, 아니면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찌르는 저 딴 가시를 뽑아야 하나?'
 그는 생각을 계속했다.
 `외부의 가시에 찔려서는 악도(惡道)에 떨어질 염려는 없다. 그러나 내부에서 우리를 항상 해치고 있는 저 딴 가시에는 그런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아픈 것을 무릅쓰고 그 밤을 꼬박 경행대 위에서 왔다 갔다. 하며 행선(行  禪)을 했다.
 먼동이 떠오르자 그는 옆을 지나가는 한 스님에게 손짓을 했다. 그 스님이 가까이 와서 왜 그러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가시에 찔려 아프다네. 벗이여."
 "언제 그렇게 됐습니까."
 "어제 저녁이라네 벗이여."
 "스님, 왜 진작 부르시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와서 가시를 뽑고 기름으로 상처를 치료해 드렸을 텐데요."
 "나는 깊숙한 내면에서 우리를 항상 아프게 만들고 있는 딴 가시를 뽑아 내느라 애쓰고 있었다네. 벗이여."
 "그래서 성공하셨습니까, 스님?"
 "조금은, 벗이여."

 

어떻게 성자들을 알아볼 것인가

 칫탈라 언덕 위에 사원에, 번뇌를 벗어난 한 성자가 살고 있었다. 꽤 나이 먹어 계를 받은 한 사미승이 그를 시봉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 나이 많은 사미가 장로를 모시고 탁발을 나갔다. 장로의 발우와 가사를 들고 그 뒤를 따라 오다가 늙은 사미는 장로에게 여쭈었다.
 `성자란 분들의 외양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보입니까? 우리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
 장로가 대답했다.
 "성자의 발우와 가사를 들고 가는 한 나이 먹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성자의 온갖 시중을 들며 같이 다니면서도 성자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벗이여, 성자는 그렇게 알아보기가 어렵다네!"
 그렇게까지 말해 주어도 그 늙은 사미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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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은 시들 때도 서서히 시든다

 "욕정은 서서히 시들어 가는 것이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옛 스승들은 이를 부연하여, 욕정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그을음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욕정은 심지어는 두 세 생애를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는 수도 있다. 여기에 그 실례가 되는 얘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형수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던 모양이다. 그 여자에게는 남편보다는 시동생이 더 소중했다. 여자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 관계가 드러나면 얼마나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겠어요. 그러니 당신 형을 죽이세요."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닥쳐, 이 마녀 같으니라고. 다시는 그런 말하지 마시오."
 여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며칠이 지난 후 여자가 다시 그 말을 꺼냈다. 그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다시 여자가 그 말을 하자 남자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러자 여자가 방법을 일러주었다.
 "제가 말하는 대로하세요. 어디 어디엘 가면 속이 빈 큰 나무가 있고, 그 곁에는 세수하는 곳이 있어요. 예리한 도끼를 가지고 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려요."
 남자는 그 말대로 했다.

 형이 숲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여자는 다정한 척 하면서 말했다.
 "여보, 이리 와요. 머리를 보아 드릴께요."
 머리를 들여다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당신 머리는 때 투성이예요."
 그리고는 미로발란 주27 을 짓이겨 반죽한 덩어리를 주고 등을 밀어내며 말했다.
 "어디 어디에 가서 머리를 감고 오세요."
 그는 여자가 일러준대로 세수터로 갔다. 미로발란 덩어리로 머리를 문지르고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그때 나무 구멍에서 동생이 나와 도끼로 형의 등을 쳐서 죽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죽은 사내는 아내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그 집에 쥐잡이 뱀 주28 이 되어 환생했다.
 여자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는 뱀은 천장에서 그녀의 몸 위로 떨어지곤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그 남자의 환생일거야."
 그렇게 생각한 여자는 사람들을 시켜 뱀을 죽이게 했다.

 그래도 여자에 대한 집요한 애정 때문에 그는 다시 같은 집에 개가  되어 환생했다. 여자가 어디로 나서기만 하면 번개같이 쫓아와서 뒤를 따라 나서는 것이었다. 숲 속에 가면 숲 속에 따라갔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여자를 조롱했다.
 "사냥꾼이 개를 데리고 나서시는군! 어디로 가시는 것일까?"
 그래서 여자는 다시 그 개를 죽여 버렸다.

 다시 그는 같은 집에 송아지가 되어 환생했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가는 곳마다 따라 다녔다. 사람들이 여자를 조롱하여 말했다.
 "암소떼가 외출하시는군. 저 암소들이 어디를 쏘다니는 거지?"
 여자는 또다시 송아지를 죽여 버렸다.

 그래도 그 사내는 여자에 대한 애정을 끓지 못하여 이번에는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로 그녀의 태 속으로 들어가 아들로 환생했다.
 드디어 그 자신의 지난 네 번의 생이 줄곧 그 여자 손에 죽임을 당한 것을 알아차리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원수의 자궁 안에 다시 몸을 받게 되었다니!"
 그 다음부터는 여자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지도 못하게 했다. 어쩌다 몸에 스치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고 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그가 장성하게 되자 할아버지가 물었다.
 "얘야, 너는 왜 엄마가 너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했느냐? 그리고 손만 대면 그렇게 소리내어 울고 비명을 질렀느냐?"
 할아버지가 이렇게 묻자 그는 대답했다.
 "그 여자는 나의 어머니가 아니에요. 그 여자는 나의 원수예요."
 그리고는 지난 일을 자초지종 얘기했다. 얘기를 다 들은 할아버지는 그를 껴안고 울면서 말했다.
 "그래, 얘야 우리가 이런 곳에 살아야 할 까닭이 어디 있겠느냐."
 그리고는 손자를 데리고 어떤 사원으로 갔다. 그들은 둘 다 출가해서 스님이 되어 그곳에 살면서 아라한 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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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페니 왕 이야기

 오랫동안 인류는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사랑스럽다고 믿고 갈구해 왔으며, 불행을 행복이라 믿고 갈구해 왔으며, 무상한 것을 항상한 것으로 믿고 갈구해 왔으며, 자아가 아닌 것을 자아로 믿고 갈구해 왔다.
 생의 실상에 대해 이처럼 전도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갈애가 자라난다. "무지한 사람의 갈애는 넝쿨처럼 자라난다."는 말의 생의 참된 실상을 알기 위해 고통을 치루어 보지 못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며,
 "그런 사람은 숲속의 원숭이처럼 과실을 구하여 이리 저리로 뛰어 다니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보지 못한 범부들일수록 이 갈애의 문제는 극히 심각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서 갈애를 종식시킬 올바른 지혜가 싹트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처럼 생각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바르게 지도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일지라도 전생에 닦은 선한 업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 다음 얘기가 보여 주듯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바꾸게 되는 수가 있다.

 먼 옛날 한 노동자가 베나레스의 북문 곁에 살고 있었다. 그는 남의 집에 물을 길러다 주고 모은 돈 반페니 주29 를 성문에서 가까운 외성(外城)의 벽틈 기와쪽 밑에다 감추어 두었다.
 그는 물지게꾼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도시의 남문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한 여인과 가끔 어울려 살았다.
 하루는 여자가 그에게
 "오늘은 시내에서 축제가 열려요. 당신이 돈만 있다면 가서 즐길 수 있을 텐데." 하고 말했다.
 "돈이야 있지"

그가 말했다.
 "얼마나요?"
 "반 페니."
 "어디에 있어요?"
 "여기서 열두 요자나 주30 떨어진 북쪽 외성의 한 기와짝 밑에 나의 전재산이 있지. 당신도 혹시 돈이 있소?"
 "있고 말고요" 여자가 말했다.
 "얼마나?"
 "반 페니"
 "그럼 당신의 반 페니와 나의 반 페니를 합치면 우리는 한 페니를 가졌구려. 한 페니면 화환도 사고, 향수도 사고, 술도 미시고, 오락도 즐길 수 있겠네요"
 "가서 그 반 페니를 가져 와요" 여자가 말했다.
 "여보, 걱정말아요. 내가 가서 가져 오리다."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신바람이 나서 자기 보물을 가질러 갔다. 그의 가슴은 여자와 즐길 생각으로 마냥 부풀어 있었다.

 코끼리처럼 튼튼한 그 노동자는 육 요자나를 단숨에 걸어버려 정오에는 임금의 궁성 옆길을 지나고 있었다. 대낮의 대지는 뜨겁게 달구어져 그가 디디고 가는 모래 바닥은 불길만 치솟지 않았다 뿐이지 마치 이글거리는 석탄불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그런 길을 이 사내는 음탕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가고 있었는데 그 몰골을 볼라치면 더러운 옷은 마치 넝마같이 헤어졌고 그런 주제에도 장식이랍시고 종려나무 일을 둘둘 말아서 양쪽 귀에 꽂고 있었다.

 그때, 베나레스의 임금은 바로 보살(석가모니의 전생몸)이었으며 이름은 우다야였다. 마침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바람을 쐬고 있던 우다야 왕의 눈에 이 노동자의 모습이 띄게 되었다. 왕은'이상한 모양새를 한 채 급하게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의 용무는 무엇일까'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래서 왕은 그를 왕궁 안으로 데리고 오게 하여 물었다.

 "대지는 활활 불타는 석탄으로 변하고 땅바닥은 불붙은 숯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너는 음탕한 노랫가락을 부르고 있다. 뜨거운 열기가 너에게는 아랑곳 없다는 말이냐?
 위로는 태양이 이글거리고 아래로는 모래 바닥이 화끈거린다. 그런데도 너는 너절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으니. 도대체 뜨거운 열기가 너를 태우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예 전하. 열기 따위는 저를 태울 수 없습니다. 욕망이 저는 태웁니다. 열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그 많은 일들, 그것들이 저를 태웁니다. 바깥 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임금님에게 자기의 용건을 알려 주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여자가 저를 이 길로 내 보내며 한 말, '가서 반 페니를 가져와요. 그래서 우리 둘이 즐깁시다'는 말이 저의 가슴에서 사라지질 않습니다. 그 말을 되새길수록 욕정의 불이 저를 태웁니다."
 "그렇지만 이 뜨거운 날씨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음탕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걸어간다는 말인가?"
 "전하, 다름 아니옵고 돈을 가져가면 그녀와 즐길 수 있으리라는 그 생각이 저를 흐뭇하게 하여 노래를 절로 나온 것이옵니다."
 "네가 북문에 감춰두었다는 보물은 한 라크 주31쯤 되느냐?"
 "아닙니다. 전하."
 "그럼 반 라크쯤 된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폐하."
 이렇게 묻고 또 물어서 마침내 그 사내의 보물이 겨우 반 페니란 것을 알게 된 왕이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 사람아, 이런 더운 때에 거기까지 갈 것 없네. 내가 반 페니를 주지."

 그러자 사내는 왕의 반 페니와 외성 벽 기와 밑의 반 페니를 다 가지고 싶어했다. 사내의 걸음을 멈추어 주려고 금액을 점점 올리다 보니 무려 1 크로아 주32 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그는 반 페니를 가지러 가는 걸음을 그만 두려하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그 사람에게 베나레스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노동자는 비로소 북문을 가는 걸음을 멈추기로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베나레스를 반 분 할 때에도 그는 반 페니를 감추어 둔 북쪽 땅을 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노동자는 '반 페니 임금`이란 별명으로 불러지게 되었다.

 하루는 두 임금이 어떤 공원엘 갔다. 거기서 한참 즐기다가 우다야 왕은 반 페니 왕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우다야왕이 자고 있을 때. '반 페니 왕`은 생각했다.
 '왜 나는 우다야 왕을 죽이고 베나레스 전체의 왕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러자 자책감이 금방 '반 페니 왕`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우다야 왕을 깨우고 방금 자신의 마음을 가로 질러간 불칙한 생각을 고백했다. 우다야 왕은 '반 페니 왕`에게 전 베나레스를 내어 주고 '반 페니 왕'의 부왕이 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반 페니 왕`은 말했다. "저는 왕국이 소용 없습니다. 전하, 전하의 왕국을 도로 거두십시오. 저는 출가 하겠습니다. 저는 욕망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그 뿌리에 대한 생각 때문에 세속의 욕망은 자라납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세속적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읊었다.

 "욕망이여, 나는 그대의 뿌리를 보았노라. 그대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제 나는 그대에게 생각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대도 내 속에 자리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욕망으론 만족할 수 없고 큰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리석고 쓸데없는 욕망을

꿰뚫어 보아야 할 것이다."
 '반 페니 왕`이 되었던 그 노동자는 속세를 버리고 정진에 힘쓴 끝에 마침내 연각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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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및 전거

 여기 소개하는 얘기들은 팔리 경전에 대한 옛 주석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논서들은 서기 5세기 붓다고샤(覺音 또는 佛音)존자가 세일론에서 편찬, 번역한 것이다.

 처음 나오는 다섯 이야기는 고대 세일론을 무대로 한다. 첫 얘기에 나오는 '로하나`(싱할리어로'루후누')는 세일론 남부에 위치하는 유서 깊은 종교 지역이다.
 역시 남부의'칫타라파바타` 사원은 청정도론 주33 에서 아라한들의 거주지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오늘날의 시툴파브이다. 거기서 18마일 정도 떨어진 티싸 마하라마는 지금의 남부지방 탕갈라 마을일 것으로 추측된다.

 7.'아라한 밀라카.` 증지부의 주석서인 마노라타 푸라니(mamorathapurani, 약해서 M.P)에서 냐나몰리 스님이 임의롭게 번역한 것이다.
13.'칫타라파바티의 티샤 장로` 역시 위와 같음
18.'딤마딘나 장로의 교화` M.P에서 냐나물리 스님이 번역.
23.'마하시바 장로`,위와 같음.
27.'티싸부티 장로`,위와 같음.
30.'사비야`, 숫타니파아타에 대한 주석서에서 냐나포니카 스님이 번역.
35.'붉은 연꽃,`위와 같음
39.'볼 품 없는 나무`,위와 같음
42.'살 속에 박힌 가시와 마음에 박힌 가시`.상응부에 대한 주석서에서 냐나포니카 스님이 번역.
44.'어떻게 성자들을 알아볼 수 있나`,위와 같음.
45.'욕망은 시들 때도 서서히 시들어 간다`,증지부에 대한 주석서에서 냐나몰리 스님이 번역
49.'반 페니 왕의 얘기`, 팔리 경에서 소마스님이 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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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1) 아귀의 눈에는 물이 불로 보여 마실 수가 없어 스님이 염불을 하면서 따라 줄 때만 그 물을 마실 수 있음.∥원문으로∥

2) 아루나와티야경:상응부 1권에 실려있는 경. 상응부 1권 158쪽

3) 불환과 : 존재를 윤회하도록 묶고 있는 열 가지 족쇄 중에 처음 다섯 가지 족쇄를 푸는데 성공한 성자(보리수 잎 1권 주 참조).∥원문으로∥

4) 아라한위 : 나머지 다섯 가지 족쇄를 다 풀어 내어 해탈을 성취한 최고위의 성자.

5) 티싸대원림 : 스리랑카의 옛 도읍지 아누라다푸라 남쪽에 있는 원림(園林). 불교를 스리랑카에 최초로 전한 마힌다 스님에게 국왕이 기증했음.

6) 경행대 : 좌선을 하다가 몸을 풀기 위해서 천천히 걸으면서 참선[行禪]을 하도록 흙을 고루어 곧게 닦은 일정한 길이의 길.

7) 삼계 : 존재의 전 영역인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8) 무여의 열반 : 금생에 해탈을 이룬 분이 전생의 업과(業果)인 욱신마저 버릴 때 이를 무여의 열반이라 함.∥원문으로∥

9) 네 가지 분석지(分析智) : 사무애지(四無碍智) 또는 사무애해(四無碍解). 법의 이해와 표현에 걸림이 없는 지혜. 사무애는 의(義:가르침의 뜻) 무애, 법(法:가르침 내용) 무애, 언(諺:어의 해석) 무애, 변(辯:표현) 무애

10) 여덟 가지 정 : 초선부터 사선가지의 사선정(四禪定)과 공무변처(空無邊處)·식무변처(識無邊處)·무소유처(無所有處)·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사처정(四處定).

11) 형성력 : 12연기법의 두 번째 항목.
팔리어로 sankhaaraa, 영역으로는 formation, activity, comdition, 한역으로는 行, 諸行 등으로 표현됨. (보리수 잎·열 다섯 16쪽참조).∥원문으로∥

12) 삼장 : 율장·경장·논장을 말함.

13) 성위 : 여기서는 아라한과를 말함.

14) 숲속고행 : 보리수 잎·둘 43쪽 주2 참조.

15) 자자일(自恣日) : pavaaranaa의 원뜻은 초청한다는 말의 뜻.
 우안거가 끝나는 날에 갖는 행사로, 결제 기간동안 자신이 범한 잘못을 빠짐없이 고백하기 위하여 자신이 혹시 알지 못하고 있는 잘못이 없는지 대중에게 지적해 주도록 청하는 것.

16) 도와 과 : 도는 사향(四向), 과는 사과(四果)를 말함. 보리수 잎 셋 52쪽 주 참조.

17) 사악도 :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의 네가지 괴로운 세계.∥원문으로∥

18) 분소의 : 스님들이 입는 옷, 쓰다 버린 천을 주워 깨끗이 빨아 물들이어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19) 가섭불 : 과거 칠불(七佛)의 한 분.

20) 불환과 : 네 가지 성자의 단계중 세 번째에 도달한 단계. 이젠 인간 세상에 다시 돌아오지 않고 색계(色界)의 정거천에 태어나 해탈을 성취하게 되므로 불환이라고 불림.

21) 다섯 신통 : 선정에 의해 성취하는 신변통·숙명통·천안통·천이통·타심통·누진통의 육신통 중 마지막 것을 제외한 다섯 신통.

22) 욕계천상 : 육욕천(六欲天)을 말함. 천계(天界) 중 가장 낮은 세계. 이 하늘 사람들은 아직 욕락(慾樂)을 지니고 있음.∥원문으로∥

23) 반열반 : 무여의 열반과 같음.

24) 정거천 : 색계의 제 4선천(禪天). 불환과를 증득한 성인이 나는 하늘. 거기에는 다섯 하늘이 있음.

25) 화생 : 천상계에는 남의 몸을 빌리지 않고 업력대로 화신(化身)으로 태어남.

26) 연각지 : 홀로 연기법의 이치를 관찰하여 깨달음을 성취한 이의 지혜.

27) 미로발란 : 열대 지방에서 나는 낙엽 교목의 열매를 말린 것으로 탄닌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세척 염료 등의 원료로 쓰임.∥원문으로∥

28) 쥐잡이 뱀 : 인도 실론 지방의 큰 뱀.

29) 페니;가장 작은 화폐 단위.

30) 요자나;거리 단위, 약 7마일 또는 12마일등 여러설이 있음.

31) 라크; 10만 루피아

32) 크로아: 1000만 루피아, 100라크

33) 청정도론(淸淨道論 ·Visuddhimagga):붓다고샤가 지은 남방 상좌부 불교의 교리를 집대성한 백과전적 해설서.∥원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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